냉소클럽

[*이글은 Youtube channel “전주성 교수의 개랑경제학에 실린 내용입니다] 

오늘은 좀 평소와 다른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몇 주 전에 핑클 출신 가수 옥주현이 자신이 꾸준히 주연을 한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에서 스타 파워를 행사해 자기하고 친한 배우를 캐스팅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후 어떤 뮤지컬 배우가 SNS에서 “아사리판은 옛말, 지금은 옥장판” 이라는 상당히 거친 표현으로 옥주현을 공격했고, 흥분한 옥 배우가 상대 배우를 비난하며 고소를 했습니다. 싸움판이 벌어진 것이지요. 이후 우리가 잘 아는 유명 뮤지컬 배우 전수경, 최정원, 남경주, 그리고 박칼린 감독 같은 분들이 성명을 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배우가 캐스팅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식의 말이지만 사실상 옥주현을 겨냥한 경고라 볼 수 있습니다. 싸움판이 더 커진 것이지요. 이후 옥배우가 사과하고 이 문제는 일단락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태를 보며 좀 불편한 측면이 한 두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언론 보도입니다. 우리 같은 대중은 언론에서 제공하는 정보로만 사태를 파악하는데, 이번 경우, “흠, 옥주현이 문제가 많았군, 그럴 줄 알았어...” 식으로 결론을 내리기 딱 좋은, 겉으로 드러난 사건 일지 수준의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뮤지컬 산업도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인 우리 대중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나 분석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른 하나는 이런 문제에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 볼 수 있는 분들이 집단 성명을 내는 모습입니다. 저는 사회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분들이 성명서 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정부 재정에 문제가 있어 ‘한국재정학회’ 회장이 성명서를 내면 이는 마치 전체 학회 회원의 뜻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뮤지컬 산업의 절대다수인 무명 배우들이나 스태프들도 성명서를 낸 엘리트 배우들과 같은 견해일까요?

이런 문제의식을 전제로, 제 나름대로 성장이나 분배와 같은 기본적인 경제학 개념을 동원해 좀 다른 각도에서 옥주현 사태를 따져볼까 합니다.

보통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모양이 동그란 파이에 비교합니다. 피자를 보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지요. 피자 사이즈가 커지는 것은 성장의 문제이고, 나눠 먹는 것은 분배가 되겠지요. 그런데 분배는 파이의 사이즈가 어느 정도 클 때나 의미가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일단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일단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져 어느 정도 살 만한 나라가 되면 그때는 ‘상대적 빈곤’, 즉 분배의 문제가 부각되기 마련이지요.

사실, ‘어떤 식의 분배가 형평한가’ 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도 있을 것이고, “기회나 과정의 공정성”에 초점을 두는 자유주의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배정의의 문제는 정치의 영역입니다. 유권자들이 투표함에서 가서 자신의 견해를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정부도 분배 문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합니다. 성장의 과실, 즉 파이를 나누는 과정이 공정한지 감독하고 심판하는 일을 하지요.

조금 어렵긴 하지만 여기서,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라는 개념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통상 지대는 정상이윤보다 더 높은 수익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가가 혁신을 해서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특허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어느 정도 독점 파워가 생기고 그 결과로 정상적인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초과 이윤을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지대는 “좋은 지대”입니다. 반면, 어떤 부패한 기업이 정부에 뇌물을 주고 인허가를 받을 때 생기는 독점 지대는 “나쁜 지대”라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정부의 힘을 빌려 자기 몫을 늘리려는 행위를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라고 하는데, 대체로 안 좋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혁신의 결과로 좋은 지대를 창출한 기업이라도 이것이 “시장 독점”이 된다면 이는 그 자체로 다시 비효율과 불공평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독점 기업이 되면 가격이나 수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힘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 정부가 해결사로 등장하게 됩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소개한 개념들을 사용해 옥주현 사태를 분석해 봅시다.

뮤지컬 산업의 성장부터 보지요. 이 산업이 꾸준히 성장한 배경에는 당연히 정통 뮤지컬 배우와 스태프들의 공헌이 가장 크겠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파이가 급격히 커진 데에는 조승우나 옥주현 같은 연예인 캐스팅이 한몫을 했습니다. 자연 인기 있는 연예인 배우의 몸값이 올라갔는데, 이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지대”가 창출됐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지대는 이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나아가, 이렇게 뮤지컬 산업의 파이가 커지면 주변부에 있는 무명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문화 예술계, 연예계의 경우, 승자독식이라 부르는 양극화가 심한 편입니다. 주연은 늘 주연이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들은 배역 하나 받기가 만만치 않지요. 사실 이번에 성명을 낸 최정원, 남경주 같은 분들은 뮤지컬 산업의 파이가 크지 않았을 때도 늘 주연이었던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엘리트 배우들이 옥주현 배우에 대해서 왜 시비를 걸었을까요. 아마, 옥 배우가 자신이 누리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는 것이겠지요. 즉, 공정한 거래 질서를 어겼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물론 엘리트 배우들도 얼마든지 자기 견해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분들의 무게감입니다. 우리나라 뮤지컬을 대표하는 분들이 성명서를 내면, 이것이 마치 전체 뮤지컬 산업 종사자, 특히 무명 배우나 스태프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처럼 일반 대중에게 비칠 수 있습니다.

만일, “뮤지컬계에서 연예인을 모두 몰아내자”라는 안을 투표에 부치다면 주변부에 있는 무명 배우나 스태프들이 과연 찬성할까요? 개인적으로 연예인 캐스팅에 불만이 있기도 하겠지만, 집합적으로는 연예인 캐스팅 덕분에 뮤지컬 산업이 커지고 일자리가 늘어난 것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합니다. 

어차피 뮤지컬 산업은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의 영역이기 때문에, 분배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중재할 정부 같은 존재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의견 표시가 아닌 집단 동을 하면, 이는 중재자 역할이 아니라 기득권 집단간의 이해관계 충돌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또한, 뮤지컬 뮤지컬 산업의 최종 유권자는 관객입니다. 관객들은 발로 투표를 하지요.

제 할 얘기는 거의 다 했습니다. 한 두 가지만 덧붙이지요.

저와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 단톡방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주연 조승우와 박은태, ‘엘리자벳’의 주연 ‘옥주현과 이지혜’ 중 누구 것을 볼래”라고 물었는데 한 명만 빼고 모두 조승우와 옥주현을 택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이 접니다. 저는 정통 뮤지컬 배우 공연을 좋아합니다. 물론, 조승우, 옥주현도 좋아하지만 이분들 공연은 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한 얘기를 간단히 정리해보지요. 우선, 옥주현 배우는 평생 먹을 욕을 지난 몇 주 다 먹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뮤지컬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데 일정 부분 공헌을 했다는 점은 인정을 해야 하자 않나 싶습니다. 또한, 기존 엘리트 배우들이 공정한 거래 질서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의사표현을 집단 행동으로 하는 경우 자칫 이들도 또 다른 기득권 이익 집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어느 영역에서나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요. 그래도 공개적으로 다툴 때는 피차 감정 상할 말은 안 하는 게 좋겠지요. 조승우 배우 보고 “조롱박, 조삼모사”라 하면 좋아하겠습니까. 또, 누가 저 보고 강의가 축축 늘어진다고 “전깃줄”, 강의가 김이 퍽퍽 샌다고 “전기밥솥”이라 부르면 기분 좋겠습니까. 제가 왜 전자제품입니까. 그러고 보니 “옥장판”도 전자제품이네요.

사실, 우리 집 강아지들도 자신의 이름을 둘러싸고 저에게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단이, 냉이 예쁜 이름이지만 원래 제가 “곱단이”, “강냉이”라고 지었거든요. 곱단이는 아가씨가 아니라 무수리 급 아닙니까. 그래서 다른 가족들이 앞에 한 자를 떼고 단이, 냉이라고 부른 다음 얘들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자, 오늘은 옥주현 사태를 사례로, 성장과 분배, 절대적 빈곤 및 상대적 빈곤, 지대와 같은 경제학적 개념을 복습해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제가 최근에 낸 책 <재정전쟁>에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제 책 광고 한다구요? 아니, 제 책을 제가 광고하지 않으면 누가 합니까? 그리고 오늘 유튜브 내용은 제 블로그(kcef.com)에도 글로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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