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클럽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말이 많다.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이다. 그래도 한 두 가지는 높게 산다. 80세인데도 기자들을 만나 치고 받는다. 겉과 속이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돋보인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을 정도로 뇌 건강이 심각했는데도 재선에 나섰다 포기한 바이든은 정말 악몽이었다. 그럼,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떠한가?

(1)[기자회견 피하는 대통령들] 나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들이 기자회견을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멀었다고 생각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전 대부분은 기자회견을 무슨 광복절 행사처럼 점잖게, 의무 방어전 하듯 치루었다.  

(2)[“도어스테핑”으로 국민을 낚은 윤석열] 역시 술꾼은 통이 크다. 지금은 팔자가 바뀌었지만 대통령 윤석열의 매력이 상종가를 친 때는 자택 현관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던 ‘도어-스테핑’ 시절이었다. 내용이 어쨌거나 그 방식은 매우 신선했다. 그런데 쓰레빠 신은 MBC기자와 충돌한 후 갑자기 기자회피증이 생겼다. 우리 모두가 잠시 낚였던 것이다.

(3)[국민과 독대하고픈 이재명] 새로 등장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과 독대하고픈” 분이다. 기자회견도 자주하고, 할 때마다 말도 길다. 국민 상대로 할 말이 많다는 것인데, 반가운 일이다. 회견 형식은 여전히 딱딱하지만, 대통령이 이 정도로 언론 질문에 노출된 적을 본 적이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국무회의를 생중계하고 가끔 야밤에 SNS를 날리는데, 솔직한 직설화법이 많은 편이다. 이쯤 되면 트럼프의 두 가지 장점인 “기자 안 겁내기”, “겉과 속 안 다르기”의 판박이다.

(4)[직설화법은 목소리 낮추어 조근조근하게] 그런데 이 대통령이 트럼프의 다른 특징들은 닮지 않았으면 한다. 트럼프가 피아 구분을 분명히 하면서, 때로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듣기 피곤하다. 역설적이지만, 상대를 제압할 때 너무 강한 표현을 쓰면 맞는 말도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씹는 사람이 더 무섭다. 예컨대, “인두겁을 썼다” 같은 표현은 그냥 친한 사람끼리만 할 말이다.

(5)[중도층에게도 길을 터주어야] 아무리 우군과 적군 구분이 분명한 정치인이라도 어느 정도 회색지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투표 포기는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란 주장은 이대통령이 강조하는 탈이념적 실용주의와도 잘 부합되지 않는다. 실제, 중도층 중에는 정치판이 꼴보기 싫어, 정말 찍을 놈이 없어서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차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6)[가장 좋은 ‘레드 팀’은 기자회견] 입바른 소리 하는 참모들이 있었던 1기 때와 달리 지금의 트럼프는 자신의 견해를 반박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다. 같은 진영 내 레드 팀이 없다는 말이다. 윤석열의 경우 툭하면 격노하는 바람에 바른 말 하는 참모가 모두 사라졌다.  이 대통령도 이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게 권력의 속성인 것이다. 이럴 때 아주 좋은 대안이 있다. 기자회견을 자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이 했던 ‘도어 스테핑’ 기회도 자주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국무회의 생중계나 SNS같은 일방통행적 방식보다 언론이라는 레드팀을 통해 국민과 독대한다면 지금의 지지율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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